엉터리 수능 영어 더 비기닝







I. 수능 영어 =
알파벳화된 한국어

우연히 요즘 수능 영어 문제들을 보았는데, 그 문장들의 기괴함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영어를 일정 수준 이상 하는 사람들은 필자의 주장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주르륵 영어 그 특유의 FLOW를 타며 읽혀야 하는데 수능 영어 지문을 보면 이게 당최 뭔 말인지… 왜 문장을 “굳이” 이렇게 썼는지 몇 번이고 되뇌이게 하며 좀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문장들이 이상하다.

수능 내지 수능 모의고사에 나온 영어 지문들… 이건 영어가 아니라 그냥 알파벳으로 쓰인 한국말이며, 문장을 파고 들어보면 국적 불명의 언어 기호들이자 문제를 위한 문제용 알파벳 한국어였다. 수능 출제 위원으로 들어가는 고교 영어 교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문과/영어교육과 교수들이 (원서 안 읽나…) 이런 문제를 낸다는 것이 일차 충격이었고 이런 변형된 한국어를 공부해야 하는 수많은 수험생들과 이런 정체불명의 언어를 가르쳐야 하는 영어 사교육 종사하시는 강사분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요즘 이런 말들이 많아서 인지 영어 논문이나 수준 높은 글에서 그대로 가져와서 문제에 맞게 수능 문제로 출제한다고 하는데, 아마 살짝 가공하는 수준이 아닌 것 같다. 메인 아이디어 내지 글감은 해외에서 가져올지 모르겠으나 출제된 지문은 누가 봐도 한국인이 쓴, 한국어 사고 방식이 녹아 들어간 희한한 알파벳 문장들이다.

II. 원어민도 어려워 하는 수능 영어?
그 어려움이 그 어려움인가?

그리고 수능 영어 문제를 원어민한테 풀어보라고 하고 다 맞추지 못하고 좌절하는 원어민을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들이 연중행사처럼 수능이 끝날 때마다 나온다. 그러면서 역시 우리 수능에는 문제가 있다!라며 현 수능을 비판하는데, 이런 비판을 또 비판하는 주장들이 있다. (현재 영어 1타 강사도 그런 의견을 내고 있다.)

즉, 그들의 요지는 우리도 한국어 원어민이지만 언어 영역 다 맞추지 못하는데, 원어민도 그런 거 아니냐, 수능은 해외 권위있는 글에서 가져온 글에서 출제된다…이다. 후자는 아까 위에서 반박했고, 전자의 경우, i) 수능 영어를 한글로 바꾸면 고3 국어 레벨이 절대 아닌 기껏해야 중2 국어 수준일 테고, ii) 문제를 풀어본 원어민들도 대부분 그 나라에서 4년제 대학을 나왔을 텐데 수능 영어를 어려워 한 건 문제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LSAT이나 GRE를 어려워하는 것과 결이 다른) 문장 자체를 이상해했다는 것이다. 즉, 해외에서 이상한 한국 문장들 나열해놓고 그거 문제로 풀어라 한 셈이다. 비정상회담에 나왔던 시카고 대학 출신 타일러씨까지 저러면 문제에 문제가 있는 거다.

III. Dear 출제 위원들

출제 위원들아. 당신들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원어민한테 출제해 나을 것 같으며 그 전에 어떻게 영어 관련 교수가 됐는지가 신기하다. 글감을 가져오더라도 현대 원어민 영어에 맞게 각색 내지 가공을 해야지 현 수능처럼 문장을 내는게 더 어렵겠다… 학생들이 대학가서 원서를 잘 읽게 함이 수능 영어의 목표하고 하는데, 그럼 원어민이 쓰는 영어랑 같은 결의 영어로 문제가 나와야지..




한국인들이 공부에 쓰는 시간 중 못해도 20%정도는 영어에 쓰는 시간일 것이다. 그 시간에 다른 분야에 에너지를 쓰는 영어 원어민 내지 알파벳권 외국인들과 갭을 줄이려면 진짜 영어를 출제해야 하지 않겠냐. 그리고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해야 하고… 시험에 특화된 공부를 잘하는 한국인들이라 예를 들어 토플 120점 만점을 받은 한국인도 실제 영어 구사력은 토플 95~100점정도 받은 유럽인과 비슷할 것이다.

아무튼 아직도 중고등학교에서 누런 갱지에 시험 문제를 푸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현 교육 실태에 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하긴 뭔가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성향의 사람이 중고등학교 공교육에 종사할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지금부터 적어볼 이 시리즈가 한국 수능 영어의 긍정적 변화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길 욕심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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